하늘의 지도자가 바뀌니, 땅의 지도자도 바뀐다?
JMS의 역사론
정명석은 선지자 다니엘의 구절을 인용하며, 자신의 사명을 특정 시기와 연관 지어 예언했다. 그에 따르면 1978년 6월은 그의 사명이 시작된 시점이며, 이로부터 21년(7년씩 세 번)이 지나면 환란기가 도래한다고 보았다. 즉, 환란기의 시작은 1999년 6월이며, 그때가 되면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한 것처럼 정명석을 부인하는 일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는 ‘무덤기간’이라 불렸으며, 예수의 부활을 3일 반으로 비유해 3년 6개월간 지속된다고 했다. 이후 다시 7년이 세 번 지나면 2023년, 즉 섭리 역사가 완성되는 해가 온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시기는 다음과 같다.
| 시작 | 끝 | 기간 | 명칭 |
|---|---|---|---|
| 1978년 6월 | 1999년 5월 말 | 21년 | 전반기 |
| 1999년 6월 | 2002년 말 | 3년 6개월 | 무덤기간 |
| 2003년 초 | 2023년 말 | 21년 | 후반기 |
예언과 다른 전개
그러나 현실은 그의 예언과 달리 전개되었다. 정명석의 성추문이 점점 커지며, 무덤기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1999년 1월 7일 황양 납치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그는 다음 날인 1월 8일 한국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기자들이 월명동에 들이닥치기 직전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JMS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고, ‘무덤기간’의 시작 시점은 사실상 6개월 앞당겨진 셈이 되었다. 그럼에도 JMS 신도들은 이러한 사회적 비난을 “영적 핍박"으로 해석했다. 그들은 “3년 6개월이 지나면 모든 오해가 풀릴 것"이라 믿었으나, 정명석은 해외에서도 각종 문제를 일으켜 사회적 파장은 오히려 더 커졌다.
결국 2003년이 지나도 무덤기간은 끝나지 않았고, 그는 2008년 2월 한국으로 강제 송환되어 10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역사론의 수정
많은 사람들은 이로써 JMS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JMS는 “정명석이 감옥에서 고난을 받고 있다"는 서사를 만들어 새로운 신도 모집에 나섰다. 특히 2009년경에는 예수님을 강조하며 기독교와의 유사성을 내세웠지만, 이후 수백 회의 설교를 통해 점차 정명석의 권위를 강조했다. 그리고 2012년, JMS는 “정명석이 예수님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며 영적 승리를 선언했다.
2012년에 일어나는 땅의 여러 가지 표적과 징조들은 하나님이 정하신 때를 두고 성자가 행하시는 일입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새 역사가 한 때 두 때 반 때 기간을 벗어나니, 2012년에 여러 가지 징조들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중략) 올해 2012년에는 영적 중심국인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미국, 러시아 등 약 20개 대국들의 주권자들이 바뀝니다. 땅의 지도자가 바뀝니다. 그리고 2013년부터는 행정이 바뀌게 됩니다. 땅의 지도자도 바뀌고, 하늘의 지도자도 바뀝니다. 곧 성자로 인하여 ‘초림 신약권 아들 시대’에서 ‘재림 성약권 신부 시대’로 완전히 바뀌어 성약역사가 독립하게 됩니다.
2012년과 역사의 시계, 2012년 6월 3일 주일설교
정명석은 이 설교에서 한 때 두 때 반 때 기간을 벗어났다고 말하며, 스스로 무덤기간을 완전히 끝냈다고 선언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2년까지는 영적 전쟁의 시기였고, 이제 그 싸움에서 승리하여 예수로부터 왕좌를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역사의 징조, 지도자 교체
이를 증명하는 징조로, 그는 2012년을 기점으로 주요 국가들의 지도자가 대거 교체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두 증인’ 중 한명이자 정명석의 동생인 정범석은 “1978년에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지도자 교체가 있었다“며, 정명석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당시(2012년 6월)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 말은 나름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었다. 실제로 그 시기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 대선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역사의 변곡점"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그의 주장은 간단히 반박된다. 먼저, 세계 정치의 상징적 중심인 미국에서는 오바마가 2012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는 있었지만, 지도자는 바뀌지 않았다. 예언의 핵심 전제인 ‘지도자 교체’는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러시아의 경우는 조금 복잡하다. 2012년 5월 메드베데프에서 푸틴으로 정권이 교체되긴 했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이미 푸틴에게 있었다. 푸틴–메드베데프–푸틴으로 이어지는 ‘교대 독재’라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체제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새로운 지도자 교체의 징조’로 보기에는 근거가 약하다.
지도자 교체의 변곡점 찾기
이번에는 정명석이 언급한 약 20개 대국의 사례를 실제로 검증해 보도록 하자. 그가 말한 대국의 수에 근접한 G20 회원국을 대상으로, 어느 시기에 지도자 교체가 집중적으로 일어났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면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는 위키피디아의 “List of Presidents of [국가명]” 문서를 기반으로 수집했다. 각 국가의 정권 교체 시점을 정리한 뒤, 이를 바탕으로 G20 국가에서의 지도자 교체 시기 분포를 시각화하였다. 분석 기간은 1950년부터 2020년까지로 설정했다.
아래 그림에서 막대기의 색깔은 시작 연도를 기점으로 몇 번째 정권인지를 나타낸다. 또한 1978년 6월, 2012년 6월에 해당하는 지점에는 굵은 검은선을 추가했다.

G20 정권 교체 시점, 1950~1989
1978년 주변에는 특별히 많은 정권 교체가 발견되지 않는다. 눈으로 보더라도 더 많은 정권 교체가 일어나는 지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G20 정권 교체 시점, 1990~2020
2012년 주변에는 꽤 많은 정권 교체가 일어난다. 하지만 위에서 논의 했듯 러시아를 빼면 이 시점도 특별한 지점으로 보기 어렵다.
이번에는 1950년 1월 ~ 2020년 12월까지의 기간 중에서, 어떤 시점에 가장 많은 정권 교체가 일어났는지 정량적으로 계산해봤다.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다. 예시에서는 쉬운 이해를 위해 대한민국과 미국 2개 나라만 있는 경우를 다뤘다.
- 특정 시점 t를 정한다. 예) t = ‘2007년 10월 13일’
- 각 국가별로 시점 t와 가장 가까운 정권 교체일을 찾는다. 예) 대한민국 = ‘2008년 2월 25일’; 미국 = ‘2009년 1월 20일’
- 시점 t와의 각 정권 교체일의 차이를 구하고 평균을 취한다. 예) 대한민국 = 135일; 미국 = 465일; 평균 = 300일
- 계산된 평균값을 그래프에 나타낸다.
이 계산값은 주변에 정권 교체가 몰려 있을 수록 작고, 정권 교체가 없을수록 큰 값을 가질 것이다. 위의 과정을 1950년 1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1일 간격으로 G20 소속 19개 국가에 대해 모두 계산하여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G20 정권 교체 시점, 평균 절대 오차
※ y축의 값이 작을수록 주변에 정권 교체가 많다.
이렇게 확인해 본다면 1978년과 2012년이 전혀 특별한 지점이 아니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2012년은 꽤 좋은 지점이지만, 최적지점은 아니다. 러시아의 사례를 제외한다면 보다 평범한 지점이 될 것이다.
극솟점을 구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정권이 많이 바뀐 시기를 찾아내면 다음과 같다.
- 1964년 12월 1일
- 1979년 6월 4일
- 1993년 2월 25일
- 1999년 10월 20일
- 2007년 9월 26일
- 2015년 11월 4일
이번에는 또 다른 방법으로 수치를 계산해 봤다. 앞선 방법의 문제점은 독재 등으로 한 정권이 매우 길어질 경우, 지나치게 높은 값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시간 차이를 구할 때 최댓값을 제한했다. 최대 차이는 180일(6개월)로 그 이상 차이난다면, 6개월 차이와 같은 값으로 계산했다.
3’. 시점 t와의 각 정권 교체일의 차이를 구하고 평균을 취한다. 예) 대한민국 = 135일; 미국 = 180일(원래 465일); 평균 = 157.5일

G20 정권 교체 시점, 평균 절대 오차 + 최댓값 제한
※ y축의 값이 작을수록 주변에 정권 교체가 많다.
역시 별다른 패턴은 발견되지 않는다. 1978년과 2012년 보다 좋은 지점이 수도 없이 많이 보인다.
극솟점을 구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정권이 많이 바뀐 시기를 찾아내면 다음과 같다.
- 1953년 11월 14일
- 1993년 3월 27일
- 1999년 10월 20일
- 2007년 9월 26일
- 2017년 5월 10일
따라서 1978년과 2012년은 전혀 특별한 시점이 아니다.
이외에도 평균값 대신 중위값(median)이나 정규 분위(normal quantile)의 ±1표준편차 범위를 시도해 봤지만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결론
정명석은 자신이 성경에 나오는 숫자들을 수없이 계산해 보았다며, 이를 근거로 역사론의 정확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그의 예언과 어긋났고, 그 결과 반복적인 교리 수정이 필요했다. 특히 2012년에 제시된 역사론은 무덤기간을 네 차례나 도입해 시기를 맞춘 것이었지만, 그가 제시한 ‘징조’들은 결국 허구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신도들이 이러한 주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첫째, JMS의 교리를 정확히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재의 교리 체계를 익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그 교리가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까지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또 다른 이유는 검증에 걸리는 오랜 시간에 있다. 어떤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쉽지만, 그 주장을 반박하고 검증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2012년에 20개 대국의 지도자가 바뀐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수행해야 했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의 과정을 떠올려보면 명확하다.